특히 앞서고 있는 팀의 선수가 했을 때 거의 무관심 도루로 적용된다.
원래 규정에 있었지만 유명무실하던 무관심 도루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윤 위원장은 “무관심 도루가 일반화된 메이저리그에 한국 선수들이 진출한데다가 큰 점수 차이에서 도루가 빌미가 되어 위협구 사고도 나고 해서 제한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늦은 2008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무관심 도루의 첫 희생자가 나온 것은 2002년 5월 19일 한화와 삼성의 경기. 삼성이 7-1로 앞선 7회 이승엽은 도루에 성공했지만 도루로 기록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2명 이상의 주자가 동시에 도루를 시도했을 때 한 명의 주자가 아웃됐을 때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2루 주자 토끼와 1루 주자 거북이가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고 하자. 포수는 발 빠른 토끼를 포기하고 2루에 송구해 느림보 거북이를 잡아 냈다. 이때 거북이가 도루자(盜壘刺, 도루 실패)를 기록하지만 3루에 무사히 도착한 토끼는 도루로 기록될까. 윤 위원장은 “더블 스틸이나 트리플 스틸에서 어느 주자든 아웃이 되면 어느 주자에게도 도루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누상의 주자는 몇 개까지 도루자(盜壘刺)를 기록할 수 있을까? 대부분 도루 실패는 아웃이니까 1개라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 누상의 주자는 무한대의 도루자(盜壘刺)를 기록할 수 있다. 3아웃에 이닝이 바뀌는데 어떻게 도루자(盜壘刺)를 무한대로 기록할 수 있느냐고 고개를 갸웃할 이도 있을 터. 야구 규칙 10.08 (i)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정확하게 송구한 공을 야수가 놓쳤기 때문에 도루를 시도한 주자가 살았다고 기록원이 판단하였을 때는 송구를 놓친 야수에게는 실책을, 송구한 야수에게는 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하며 주자에게는 도루 실패를 기록한다.”
정상적으로 야수가 송구한 볼을 받아서 태그 플레이를 했다면 타이밍상 아웃일 때는 주자가 살았다고 해도 기록원은 도루 성공이 아닌 도루 실패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이밍상 아웃이 조금은 애매하게도 느껴진다. 윤 위원장은 “누가 봐도 완벽하게 아웃 타이밍일 때 도루자(盜壘刺)를 주기도 한다. 포수의 송구가 이미 2루에 도달했지만 주자가 아직 슬라이딩도 못할 거리를 뛰고 있을 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야수가 실책을 저질러 살았다고 해도 도루가 아닌 도루자(盜壘刺)를 기록한다”고 밝혔다. 누상의 주자가 훔칠 수 있는 누는 2루, 3루, 홈플레이트. 이 규정만 본다면 도루자(盜壘刺)는 최대 3개다. 왜 무한대일까? 도루 실패에 관한 야구 규칙 10.08 (h)에는 “견제구에 걸린 뒤 진루하려고 했을 때(다음 베이스로 가려고 했던 어떤 움직임도 진루하려는 의도로 간주) 주자가 아웃되거나 실책이 없었더라면 아웃됐을 때는 그 주자에게 도루 실패를 기록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즉, 견제구에 걸렸지만 다음 베이스로 가려는 움직임을 나타낸 주자가 설령 실책으로 살았다고 해도 도루자(盜壘刺)를 기록한다. 그 주자가 런다운 중 실책에 의해 다음 베이스가 아니라 원래 베이스에서 사는 것이 계속해 반복되면 도루 실패는 무한대가 된다.
필드의 아우토반, 그린 라이트(green light)

안전하고 원활한 도로교통에 목적을 두고 설치한 신호등에서 청신호는 도로에 아무 것도 없으면 가도 좋다는 의미다. 청신호가 야구에도 있다. 청신호, 그린 라이트는 주자가 벤치의 사인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뛸 수 있는 권한을 뜻하는 말이다. 이 권한을 가진 선수는 감독이 그 선수의 도루 능력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도’에게는 필수 사양 가운데 하나다. 도루는 베이스가 아니라 투수의 투구 동작을 훔치는 것이며 볼카운트를 살피고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을 노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산 1,065도루를 기록한 일본 프로야구의 ‘대도’ 후쿠모토 유타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기 중에 항상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살펴서 일정한 패턴을 찾는다. 속구보다 변화구를 던질 때 뛴다면 도루 성공률은 훨씬 높아진다. 반대로 피치아웃을 할 수 있는 볼카운트에서 시도하는 도루는 시한폭탄을 안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