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생번트(Sacrifice bunt) - 주자를 다음 누로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타자주자가 아웃되는 것을 전제로 한 작전이다. 일반적으로 초반보다는 1점이 필요한 경기 중, 후반에 나온다. 1루 주자를 2루로 보낼 때는 1루 쪽으로 대고 2루 주자를 3루로 보낼 때는 3루 쪽으로 타구를 보낸다. 번트 시프트를 비롯해 수비 능력이 향상되면서 희생번트를 성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2. 스퀴즈플레이(Squeeze play) - 3루 주자를 홈플레이트로 불러들이기 위한 번트 작전이다. 크게 자살 스퀴즈(Suicide bunt)와 안전 스퀴즈(Safety bunt)로 나뉜다. 자살 스퀴즈는 투수가 투구에 들어갔을 때 3루 주자가 무조건 홈으로 뛰고 타자는 번트를 대는 것이다. 당연히 타자가 번트를 대지 못하거나 작전이 간파당해 피치아웃 등이 나오면 3루 주자는 그물에 잡힌 물고기 신세가 된다. 반면 안전 스퀴즈에서 3루 주자는 타자가 번트를 댄 타구가 투수 정면 등이 아닐 때만 홈플레이트를 향해 돌진한다. 타자는 스트라이크만 번트를 대며 3루 주자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번트 타구를 보낸다. 3루수가 번트 타구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자의 스피드, 수비 움직임 등에 따라 1루 쪽으로 댈 때도 있다.
3. 푸시번트(Push bunt) - 의도적으로 강한 번트 타구를 보내는 것. 우타자는 좌투수를 상대로 2루수 쪽으로, 좌타자는 우투수를 상대로 유격수 쪽으로 대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상의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보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안타를 만들어 1루로 출루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사한다.
4. 드래그번트(Drag bunt) - 주자의 진루가 아닌 안타를 만들기 위한 번트다. 가능한 배트의 끝 부분에 공을 맞혀서 번트 타구가 멀리 굴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 또한 실패하더라도 파울이 될 수 있도록 1·3루 선상으로 타구를 보낸다. 드래그번트의 가장 큰 목적은 성공 여부가 아닌 상대 내야수를 심리적으로 흔드는 데 있다. 드래그번트를 시도하는 타자가 나오면 수비수, 특히 3루수는 전진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3-유 공간이 넓어진 상황에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페이크번트슬래시(Fake bunt slash) - 번트를 댈 것처럼 자세를 취하다가 배트를 정상 타격 위치로 가져와서 치는 것을 말한다. 상대 수비가 번트 시프트, 즉 1, 3루수가 홈플레이트로 전진하고 2루수가 1루 베이스 커버를 가도록 해서 안타가 될 공간을 더 넓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투수가 번트를 댈 것으로 생각해서 직구 등 치기 쉬운 공을 던지는 것을 역이용하는 작전이다. 번트 자세에서 타격 자세로 돌아가서 치기 때문에 장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선구안이 나쁜 타자에게는 유효한 타격 기술 가운데 하나다. 김영진(전 삼성)과 추승우(한화) 등은 평소에도 이 타격 자세를 취한 대표적인 선수다.
누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주자의 진루에 목적을 둔 희생번트와 타자가 출루하기 위해 시도하는 기습번트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타자의 타율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희생번트는 타수로 기록되지 않지만 기습번트는 타수로 취급된다. 예를 들어 3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희생번트를 대면 타율은 3할3푼3리(3타수 1안타)을 유지한다. 반면 기습번트로 인정된 가운데 아웃당하면 타율은 2할5푼(4타수 1안타)으로 떨어진다. 희생번트 여부를 판단하는 이는 공식기록원인데 그 기준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타자의 자세, 즉 평소 타격 자세에서 갑자기 번트를 댄 것은 희생번트가 아니라 기습 번트로 판단했다. 그러나 야구 기술이 발달하며 타자가 미리 번트 자세를 취하면 수비 측이 번트 시프트로 압박하기 때문에 타자의 자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2003년 큰 변화가 있었다. 타자의 자세가 아닌 상황을 보는 것으로. 번트에 대비한 수비수 의 움직임이 있을 때는 기습적인 번트라고 해도 희생번트로 판단하고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의 설명이다.
번트 수비가 발전하면서 타자의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타자의 자세만을 가지고 희생번트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물론 벤치의 의도를 알 수 있다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타자의 번트 자세가 아닌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작전과 플레이의 진보가 기록에도 반영된 것이다. 2002년 536개에 불과하던 리그 희생번트 수가 2003년에는 755개로 증가했다. 야구 규칙은 변하지 않지만 플레이에 대한 관점이나 해석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통계로 본 희생번트 무용론

누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희생번트 작전은 득점을 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공격일까? 아니면 1점을 얻기 위한 소극적인 공격일까? 톰 탱고와 미첼 리트먼, 앤드루 돌핀은 세이버매트리션으로 널리 알려진 이들로 세이버매트릭스에 입각한 [The Book]의 공저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