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히트앤드런(Hit and Run)

동예영 2011. 5. 26. 14:33

히트앤드런

메이저리그와 국내 프로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감독의 작전 빈도다. 감독의 작전에 따른 번트나 히트앤드런 등이 메이저리그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심하게 말하면 이닝마다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빅볼과 스몰볼의 차이다.

빅볼(Big Ball) - 벤치의 작전이나 상황에 따른 타격(주자가 2루나 1루에 있을 때 주자를 한 진루시키기 위해 밀어치기를 하는 것 등)을 하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며 출루율과 장타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야구.

 

스몰볼(Small Ball) - 장타력 등에 의존하지 않고 벤치의 작전(번트, 히트앤드런, 도루)과 상황에 따른 타격으로 주자를 진루시켜 안타, 스퀴즈 번트, 희생플라이 등으로 득점을 올리는 야구.

메이저리그라고 빅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아지 기옌 감독은 스몰볼을 추구하는 이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볼보다는 빅볼이 대세가 된 이유는 지명타자 제도의 도입과 홈런 타자가 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등 야구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과 같이 실력이 대등한 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스몰볼적인 요소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히트앤드런 작전이 제대로 성공했을 때 관중이 느끼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따르면 히트앤드런이 야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로,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현 시카고 컵스)의 캡 앤슨 감독과 킹 켈리가 그 원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전술을 19세기 말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의 볼티모어 오리올스(현재 메이저리그에 있는 같은 이름의 팀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팀)의 네드 헨론 감독과 존 맥그로가 완성도를 높여서 대중화했다.


이 글에서는 ‘기동력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히트앤드런과 응용 전술에 대해 살펴본다.

 

 

야구의 짜릿한 매력, 히트앤드런

히트앤드런(Hit and Run)은 글자 그대로 (타자는)치고 (주자는)달리는 작전이다. 누상의 주자가 안전하게 진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타자가 무조건 친다는 전제 아래 주자도 무조건 뛴다는 점이다. 어느 작전이나 그렇지만 장단점이 뚜렷하다.

 

히트앤드런은 고도의 타격 기술이 필요하다. 원하는 곳으로 땅볼을 칠 능력이 있어야 하며 주자는 투수가 완전히 투구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려서는 안 된다. 타자와 주자의 호흡이 맞아야 하는 작전이다. <사진: 야구라>

 

 

히트앤드런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타자가 내야 땅볼을 쳤다고 해도 이미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에 수비 측이 더블플레이로 연결하기 어렵다. 또 하나는 안타를 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1루 주자가 2루를 향해 달리면 2루수나 유격수가 2루 베이스를 커버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1-2루 간이나 3-유 간이 넓어진다. 평소라면 2루수나 유격수 땅볼 아웃이 될 타구가 안타가 된다. 또한 짧은 안타에 1루 주자가 이미 스타트를 끊었기에 어렵지 않게 3루까지 갈 수 있다. 1, 2루가 될 것이 1, 3루가 돼 더 좋은 득점 기회를 맞는다. 때로는 1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득점을 올린다.

 

히트앤드런 상황에서 타자가 친 직선 타구를 내야수가 잡으면 십중팔구 병살로 이어진다. 주자는 투수가 공을 던지려고 할 때 이미 2루로 뛰기 때문. 병살타를 방지하기 위한 작전이 오히려 더블플레이를 부르는 꼴이다. 또한 타자가 헛스윙하거나 상대가 작전을 간파하고 피치아웃 했을 때 작전이 실패해 주자가 아웃될 위험성도 크다. 대다수 히트앤드런은 단독 도루를 시도하기 어려운 스피드를 가진 선수가 주자일 때 나오기 때문이다. 발이 빠르다고 해도 도루할 때보다 스타트가 늦기 때문에 아웃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투수가 던진 공이 명확한 볼이라도 쳐야 하므로 볼카운트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히트앤드런 작전이 나왔을 때 땅볼을 치는 것이 타자의 지상과제다. 내야의 적절한 위치로 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최소한 땅볼은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진루시킬 수 있다. 하지만 뜬공은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병살타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히트앤드런 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땅볼을 치는 능력이다. 거기에 원하는 곳, 즉 내야수가 없는 방향으로 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진: kaychae.com>

 

 

타자는 누상의 주자 상황에 따라 타격을 다르게 해야 한다. 주자가 1루 혹은 1, 3루에 있을 때는 2루 베이스를 커버하는 수비수 쪽으로 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우타자면 2루수가, 좌타자면 유격수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다. 주자 1, 2루에서 작전이 나왔다면 특별히 어느 쪽으로 타구를 보내야 한다는 것은 없지만 3루수도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다. 이 말은 3-유 간이 아주 넓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고 쳐야 한다는 것이다.

 


히트앤드런의 응용 작전

일본 프로야구의 명장인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은 “야구에서 작전은 타이밍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볼카운트와 타자, 주자, 상대 수비수 등을 고려해 그 상황에 맞는 작전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주자가 1루에 있다고 아무 때나 히트앤드런 사인을 냈다가는 상대의 피치아웃 등에 걸려 아웃카운트만 늘릴 것이 뻔하다. 일반적으로 히트앤드런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는 볼카운트, 즉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인 2볼, 1스트라이크 2볼 등에서 나온다. 수비하는 측이 히트앤드런에 대비해 피치아웃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히트앤드런 작전도 진화해서 각종 응용 작전을 낳았다.

 

야구에서 공격하는 측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수비하는 측은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각종 공격 작전이 만들어졌으며, 그에 대응해서 수비 시프트도 발전해 가고 있다. <사진: 야구라>

 

 

1. 번트앤드런(bunt and run) - 타격이 아닌 번트를 대는 작전. 주자를 확실하게 진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상대 팀이 번트 수비를 잘하며 1루 주자가 발이 느릴 때 주로 사용한다. 병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작전이지만 번트가 떠서 잡히면 병살타로 이어진다.

 

2. 페이크번트슬래시 히트앤드런(fake bunt slash hit and run) - 주자는 히트앤드런과 마찬가지로 뛰고 타자는 번트를 댈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타격하는(페이크 번트 슬래시) 작전. 흔히 버스터앤드런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정체불명의 일본식 야구 용어다.

 

3. 페이크번트앤드런(fake bunt and run) - 주자 1, 3루에서 타자는 번트를 댈 것처럼 자세를 취하기만 하고 발이 느린 1루 주자를 안전하게 2루로 보내는 작전. 투수의 공을 받은 포수가 3루 주자를 의식하지 않고 2루로 송구하면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드는 더블스틸로 이어진다.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당시 김인식 OB(현 두산) 감독은 롯데를 상대로 이 작전을 멋지게 성공하며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히트앤드런을 시도하는 것처럼 하면서 1루 주자를 안전하게 2루로 보내는 위장 히트앤드런이 종종 나오고 있다. 이때 타자는 상황에 따라 헛스윙을 하며 포수의 2루 송구를 방해하며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들 듯한 움직임을 보여 포수의 2루 송구 타이밍을 뺏는 것이 작전 성공의 요령이다.

 

4. 런앤드히트(run and hit) - 주자는 도루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뛰고 타자는 도루 성공 가능성과 구종, 코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치는 작전. 스트라이크가 아닌 확연한 볼을 칠 필요가 없지만 때로는 도루 성공을 위해 헛스윙하며 포수의 송구를 방해하기도 한다.

 

 

 

손윤
야구전문블로그 <야구라>의 일원. 네이트 등에 야구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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